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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눈을 감아도 - 1 (수정 Rev.1)


"경록아, 일어나. 퇴원 준비해야지, 그리고 아직 안정해야 되는데 이게 다 뭐야? 아직 밖의 날씨가 차가운데 창문은 이렇게 활짝 열어 놓고."

간호사 누나가 잔소리가 나를 나를 깨웠다. 그녀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양옆으로 곱게 묶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울었니?"

그녀의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날아든 질문에 나는 고개만 저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그녀가 가만히 지켜보더니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 동안 힘들었지?"

그녀의 그 한마디에 다시 한번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눈가를 벗어나려는 눈물을 억지로 붙잡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정말 퇴원해도 되는 건가요?"

나의 물음에 그녀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서 퇴원해야지. 넌 이제 괜찮아졌어."

그녀의 대답에 다시 한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마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구원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막으며 침대에서 일어 났다. 그녀는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혼자 갈 수 있겠어?"

"네, 혼자 갈 수 있어요. 이곳저곳을 보며 내 발로 병원을 나서고 싶어요."

나의 말에 그녀가 작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고 가방과 함께 나에게 건네어 주었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셨는지 어제 주고 가시더라. 거기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담당의사 번호랑 내 번호가 있으니까, 혹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주렴, 알겠지?"

나는 핸드폰을 받아들고 물끄러미 보다가 옆 선반에 얹어 놓고 갈아입을 옷을 주워들었다.

"누나, 나 옷 갈아 입을게요."

"아, 그래. 아침 먹고 해도 되는데."

"나가서 먹고 싶어요."

그녀가 팔짱을 끼며 나에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먹이고 싶지만, 네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대신 너무 자극적인 건 먹으면 않되 잘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고 그녀는 병실에서 나갔다. 나는 받아 든 가방에 지갑과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왔던 빨간색 노트를 가방에 주워 담고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병원 문 앞에서 나를 배웅하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누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그들에게 미소 지었다.

"아니야, 네가 고생이 많았지 뭐냐. 이제 다시 사회로 나가면 새로운 고생이 시작되겠지만. 하하하, 운동도 가볍게 꾸준히 하고, 지어준 약은 3달 동안은 꼬박꼬박 챙겨 먹거라."

"네, 걱정 마세요."

"이제 대학교도 복학하겠구나, 네가 좋지 않은 몸으로 학업에 열중하면서 수능을 친다는 소리에 깜짝 놀았지만 좋은 대학교에 합격까지 하다니 네가 내 아들이면 얼마나 기쁠까, 하여간 몸조리 잘하고 조금이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하면 안되는 건 알지?,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어 나가고 싶어하는 얼굴인데, 자꾸 잔소리하면 싫어하겠군. 어서 가봐."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이 누나나 선생님께 꼭 연락하고 알았지."

나는 그들의 배웅에 미소로 화답하며 병원 밖을 나섰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건가? 혹시 나만 모르고 몇 십 년을 살아 온 건가? 내 눈에 비춰지는 풍경을 하나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렇게 맑고 그 어느 날 보다 좋은 날씨,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게 파란 하늘, 이 세계를 만든 하나님께 어찌 이 세상에 살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병원 앞길을 따라서 인도 주위로 자라나고 있는 잡초들 사이로 노란색 꽃들이 조그만하게 피어 올라서서는 나를 올려 보는 것을 보고 나는 스스로 탄성을 뱉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옆 치도에서 들리는 자동차들의 규칙적인 소리들과 길을 따라 길쭉길쭉 서있는 전봇대와 무미건조해 보이던 간판들까지도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과 같았다.  하다 못해 공사판의 공사현장마져 어떤 탄생의 신비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내 마음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마치 삶의 모든 것이 감사가 되어 나에게 찾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이곳 저곳을 구경을 하던 나는 병원 옆의 고작 500미터 남짓한 짧은 거리를 긴시간을 들여서 버스장으로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의 표지판에 내가 갈 경로를 천천히 짚어가며 내가 탈 버스번호를 확인하고 버스정류장 벤츠에 앉아서는 팔다리를 쭈욱펴고 입까지 크게 벌리며 기지게를 폈다. 그리고 양손을 벤츠에 집고 눈을 조심스럽게 감은채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피부로 느꼈다. 상쾌한 바람이 내 코를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갑작스럽게 너무나도 향기로은 향이 내 코를 통해 들어왔다. 불어오는 바람이 대려오는 향기는 내 코를 통해서 다시 한번 온몸으로 퍼졌다. 나는 향기에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앉아있던 왼쪽에 어떤 여성이 서있었다. 나는 슬쩍 쳐다본다는게 그만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람은 그녀를 거쳐서 내 쪽으로 그녀의 향기를 품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긴머리가 살랑살랑 내 쪽을 향해서 작게 흩날렸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어 놓자 그녀는 한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내쪽으로 살며시 돌렸다. 나는 멍한하게 그녀를 쳐다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하얀 피부에 화장끼가 없어보이는 얼굴, 길고 둥근 눈매와 깊어 보이는 눈동자의 그녀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초 되었을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나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도대체 내가 무슨생각으로 그런 바보 짓을 한걸까? 라는 생각으로 내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하지?, 아무리 몇년만의 외출이래도 아무나 쳐다보고 멍청한 짓을 할 수 있는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내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저런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버스 한대가 내 눈앞으로 멈춰섰다. 내가 타야 할 버스인걸 확인한 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어 들고 천원짜리 한장을 요금함에 넣고 돌아서서 버스 창문으로 그녀를 다시 보았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버스정류장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멍한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버스운전기사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학생, 학생!, 이봐요. 학생!"

나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럼이 버스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

"100원 더 내야지."

나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린지하며 멍한 얼굴을하고 있다가 요금통에 쓰여진 성인 110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입원한지 오래되었으니 벌써 버스요금이 200원이나 올랐던 것이었다. 나는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백원짜리하나를 꺼내어 넣자마자 버스운전기사아저씨가 버스를 출발시켰다. 나는 돌아서서 그녀를 다시 보았지만 버스정류장에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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